무선랜 암호화 표준 중-미국 창-방패 대결
독자개발 ‘WAPI’ 국제표준 계속 실패
중국 “미 무제한 부결로비” 거센 비난
보안성 강화 독자체계 마련 역량 집중
중국 WAPI 표준화 동향 (그림)
http://www.dt.co.kr/contents/images/200603/2006032002011257652001.jpg
중국과 미국이 무선랜의 암호화 표준 문제를 놓고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중국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와피(WAPI)를 국제표준으로 만들려고 했던 노력이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의해 수포로 돌아갔지만 자국 내 WAPI 보급을 힘있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중간에 ISO가 끼어있긴 하지만 이번 사안의 진정한 본질은 국제무대로 한 발 더 진출하려는 중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과의 쟁투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 13일 제네바에서 열린 ISO 회의. 중국 정부가 제안한 `WAPI 국제표준안'이 표결에 부쳐졌다. 표결 결과는 압도적인 차이의 부결. 미국측이 제안한 IEEE802.11i는 회원국 다수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ISO측은 "중국의 표준안이 전체 회원국의 4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규정에 훨씬 못미치는 25개 회원국 중 8개국의 찬성을 얻는데 그쳤다"고 밝혔다. 중국은 1년 전인 지난해 2월에도 ISO에 WAPI 국제표준안을 제출했다가 미국의 반대로 실패했었다. 이번이 두 번째 고배인 셈이다.
미국이나 미국의 표준을 선호하는 회원국들이 중국의 WAPI를 국제표준으로 내세우는 것에 반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국제표준과 호환이 안된다는 점. 둘째 중국 내 기업들 위주로 사업자가 구성돼 있고 라이선스도 중국 내 기업에게만 개방되는 등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는 점.
하지만 중국은 WAPI 국제표준화 부결 후 즉각 상대국을 `더러운 트릭'을 썼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더러운 트릭을 쓴 상대국은 물론 미국이다. 미국이 중국의 국제시장 진출을 두려워하고 있어 회원국들을 상대로 맹렬하게 부결 로비를 벌였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 시스템이야말로 무제한적 로비를 통해 ISO를 눈 멀고 생각 없이 만들며 혼돈과 무지에 빠뜨렸다"며 "미국은 이런 더러운 트릭으로 자기네 국제표준안을 획득하고 우리의 표준화 채택을 방해했다"고 맹비난했다.
중국은 그러면서 ISO의 이 같은 결정에도 불구, 자신의 WAPI 표준안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신화통신은 보도에서 "중국 정부는 WAPI 기술체제를 확고하게 지원해 나갈 것임을 확실히 했으며, 이번 국제표준안 획득 실패가 곧 국내 사용에 대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중국은 WAPI 추진에 있어 외국 기술에의 의존도를 대폭 줄이는가 하면 참여 기업에 꾸준히 메리트를 주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또 중국 표준국은 "비록 미국이 시장우위를 앞세워 우리의 WAPI의 세계시장 진출을 막고 있지만 중국 내수시장에 보급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점이 없다"고 말했다. 표준국은 "현 국제표준인 IEEE802.11i는 보안상 허점이 많기 때문에 독자적인 무선랜 표준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관급 공사에 반드시 WAPI 제품을 채택하는 등 WAPI 보급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중국은 특히 미국식 IEEE802.11i보다 한층 보안성을 높인 WAPI 체제를 만드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IEEE802.11i는 세계 최대 최고의 컴퓨터 칩 메이커인 인텔사가 개발한 것. 결국 중국의 WAPI 역량 집중 선언은 미국과 인텔에 대한 선전포고로 읽힌다.
중국 경제정책에 대한 총괄 결정권을 가진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2006년도 중점 지원 6대 IT산업' 가운데 `WAPI 표준화'을 핵심적이고 우선적인 산업으로 선정했다. 발개위측은 이달 초 전국 22개 주요 IT업체들이 모여 만든 `WAPI산업연맹' 결성식에서 "각 나라는 그 나라마다 정보산업의 안전을 위해 저마다의 해결방안을 내놓고 있으며 우리 역시 우리식의 표준작업을 진행해 왔다"면서 "연맹이 시장의 발전방향을 반영해 국제표준을 만드는데 진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중국 정부는 법률로 강제하지 않고도 중국 무선랜 시장에서 WAPI가 유일한 표준으로 자리를 잡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베이징=허 민 특파원 minski@munhwa.com
▶미ㆍ중 WAPI 분쟁사
WAPI는 중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무선랜 암호화 표준'이다. `Wired Authentication and Privacy Infrastructure'의 약칭. 중국이 독자적인 무선랜 암호화 표준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미국이 주도한 무선랜 암호화 표준 IEEE802.11i를 도입할 경우 국가안보가 위태롭다는 것.
중국과 미국 간에 무선랜 암호화 표준화 작업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벌써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은 지난 2004년 5월 독자적인 무선랜 암호화 표준 조치, 즉 WAPI를 발효시켰다. 중국 정부는 그해 12월부터 중국에서 무선랜 제품을 판매하는 모든 기업들이 이 표준을 따를 것을 요구했다. WAPI를 따르지 않다가 적발된 제품은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이를 위해 정부가 지정한 11개 본토 토종기업에 WAPI에 따른 암호화 코드를 제공하고 이들로부터 새 암호기술을 습득하도록 조치했다.
무선랜 제품을 수출해온 외국기업, 특히 미국 기업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중국업체와 협력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WAPI 암호코드의 배포권한을 11개 자국업체에 독점시키면서 외국업체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국제적 비난이 고조됐다. 인텔을 비롯한 미국내 주요 반도체업체들의 대중국 수출 중단이 발표되면서 무선랜 표준을 둘러싼 중미 간 분쟁이 가속화됐다. 인텔과 통신용 반도체 생산업체인 브로드컴 등이 반도체의 중국 내 판매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국제적 압력을 받은 중국은 전략을 다소 수정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일으킨 WAPI의 강제 도입을 잠시 유보하는 대신, WAPI를 새로운 국제표준으로 제안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또 중국은 미국의 커넥선트를 WAPI 표준그룹에 포함시키는 등 미국 정부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같은 전략 수정에도 불구, 지난해와 이번 ISO회의에서 중국의 WAPI 표준안은 잇따라 미국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쳐 부결됐으며 이윽고 중국은 이를 `미국의 더러운 트릭'이라고 비난하기에 이른 것이다.
2006/03/20
http://www.dt.co.kr/contents.htm?article_no=2006032002011257652001
중국 “미 무제한 부결로비” 거센 비난
보안성 강화 독자체계 마련 역량 집중
중국 WAPI 표준화 동향 (그림)
http://www.dt.co.kr/contents/images/200603/2006032002011257652001.jpg
중국과 미국이 무선랜의 암호화 표준 문제를 놓고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중국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와피(WAPI)를 국제표준으로 만들려고 했던 노력이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의해 수포로 돌아갔지만 자국 내 WAPI 보급을 힘있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중간에 ISO가 끼어있긴 하지만 이번 사안의 진정한 본질은 국제무대로 한 발 더 진출하려는 중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과의 쟁투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 13일 제네바에서 열린 ISO 회의. 중국 정부가 제안한 `WAPI 국제표준안'이 표결에 부쳐졌다. 표결 결과는 압도적인 차이의 부결. 미국측이 제안한 IEEE802.11i는 회원국 다수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ISO측은 "중국의 표준안이 전체 회원국의 4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규정에 훨씬 못미치는 25개 회원국 중 8개국의 찬성을 얻는데 그쳤다"고 밝혔다. 중국은 1년 전인 지난해 2월에도 ISO에 WAPI 국제표준안을 제출했다가 미국의 반대로 실패했었다. 이번이 두 번째 고배인 셈이다.
미국이나 미국의 표준을 선호하는 회원국들이 중국의 WAPI를 국제표준으로 내세우는 것에 반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국제표준과 호환이 안된다는 점. 둘째 중국 내 기업들 위주로 사업자가 구성돼 있고 라이선스도 중국 내 기업에게만 개방되는 등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는 점.
하지만 중국은 WAPI 국제표준화 부결 후 즉각 상대국을 `더러운 트릭'을 썼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더러운 트릭을 쓴 상대국은 물론 미국이다. 미국이 중국의 국제시장 진출을 두려워하고 있어 회원국들을 상대로 맹렬하게 부결 로비를 벌였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 시스템이야말로 무제한적 로비를 통해 ISO를 눈 멀고 생각 없이 만들며 혼돈과 무지에 빠뜨렸다"며 "미국은 이런 더러운 트릭으로 자기네 국제표준안을 획득하고 우리의 표준화 채택을 방해했다"고 맹비난했다.
중국은 그러면서 ISO의 이 같은 결정에도 불구, 자신의 WAPI 표준안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신화통신은 보도에서 "중국 정부는 WAPI 기술체제를 확고하게 지원해 나갈 것임을 확실히 했으며, 이번 국제표준안 획득 실패가 곧 국내 사용에 대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중국은 WAPI 추진에 있어 외국 기술에의 의존도를 대폭 줄이는가 하면 참여 기업에 꾸준히 메리트를 주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또 중국 표준국은 "비록 미국이 시장우위를 앞세워 우리의 WAPI의 세계시장 진출을 막고 있지만 중국 내수시장에 보급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점이 없다"고 말했다. 표준국은 "현 국제표준인 IEEE802.11i는 보안상 허점이 많기 때문에 독자적인 무선랜 표준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관급 공사에 반드시 WAPI 제품을 채택하는 등 WAPI 보급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중국은 특히 미국식 IEEE802.11i보다 한층 보안성을 높인 WAPI 체제를 만드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IEEE802.11i는 세계 최대 최고의 컴퓨터 칩 메이커인 인텔사가 개발한 것. 결국 중국의 WAPI 역량 집중 선언은 미국과 인텔에 대한 선전포고로 읽힌다.
중국 경제정책에 대한 총괄 결정권을 가진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2006년도 중점 지원 6대 IT산업' 가운데 `WAPI 표준화'을 핵심적이고 우선적인 산업으로 선정했다. 발개위측은 이달 초 전국 22개 주요 IT업체들이 모여 만든 `WAPI산업연맹' 결성식에서 "각 나라는 그 나라마다 정보산업의 안전을 위해 저마다의 해결방안을 내놓고 있으며 우리 역시 우리식의 표준작업을 진행해 왔다"면서 "연맹이 시장의 발전방향을 반영해 국제표준을 만드는데 진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중국 정부는 법률로 강제하지 않고도 중국 무선랜 시장에서 WAPI가 유일한 표준으로 자리를 잡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베이징=허 민 특파원 minski@munhwa.com
▶미ㆍ중 WAPI 분쟁사
WAPI는 중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무선랜 암호화 표준'이다. `Wired Authentication and Privacy Infrastructure'의 약칭. 중국이 독자적인 무선랜 암호화 표준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미국이 주도한 무선랜 암호화 표준 IEEE802.11i를 도입할 경우 국가안보가 위태롭다는 것.
중국과 미국 간에 무선랜 암호화 표준화 작업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벌써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은 지난 2004년 5월 독자적인 무선랜 암호화 표준 조치, 즉 WAPI를 발효시켰다. 중국 정부는 그해 12월부터 중국에서 무선랜 제품을 판매하는 모든 기업들이 이 표준을 따를 것을 요구했다. WAPI를 따르지 않다가 적발된 제품은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이를 위해 정부가 지정한 11개 본토 토종기업에 WAPI에 따른 암호화 코드를 제공하고 이들로부터 새 암호기술을 습득하도록 조치했다.
무선랜 제품을 수출해온 외국기업, 특히 미국 기업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중국업체와 협력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WAPI 암호코드의 배포권한을 11개 자국업체에 독점시키면서 외국업체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국제적 비난이 고조됐다. 인텔을 비롯한 미국내 주요 반도체업체들의 대중국 수출 중단이 발표되면서 무선랜 표준을 둘러싼 중미 간 분쟁이 가속화됐다. 인텔과 통신용 반도체 생산업체인 브로드컴 등이 반도체의 중국 내 판매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국제적 압력을 받은 중국은 전략을 다소 수정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일으킨 WAPI의 강제 도입을 잠시 유보하는 대신, WAPI를 새로운 국제표준으로 제안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또 중국은 미국의 커넥선트를 WAPI 표준그룹에 포함시키는 등 미국 정부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같은 전략 수정에도 불구, 지난해와 이번 ISO회의에서 중국의 WAPI 표준안은 잇따라 미국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쳐 부결됐으며 이윽고 중국은 이를 `미국의 더러운 트릭'이라고 비난하기에 이른 것이다.
2006/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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