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December 26, 2005

중소 휴대폰업계 GSM특허 '비상'

강희종기자 hjkang@inews24.com
2005년 12월 26일

국내 중소 휴대폰 업체들이 해외 유럽형이동통신(GSM) 원천 특허 보유 기업들로부터 전방위적인 특허 공세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은 물론, 관련 연구기관과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대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6 일 열린우리당 변재일 의원이 개최한 '휴대폰 업체 특허위기, 비상구는 없나'라는 정책 세미나에 참석한 중소 휴대폰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 하반기 들어 모토로라·에릭슨·필립스·지멘스 등의 업체들이 국내 중소 휴대폰 기업들에 매출당 평균 2%의 특허료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들 기업에 지불해야 하는 로열티가 적게는 12%에서 많게는 18%에 육박해, GSM 로열티를 부담할 경우 중소 단말기 업체들이 집단 부도 위기에 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중소 단말기 업체 사장은 "올해 들어 해외 GSM 특허 보유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며 "2003년 중국 쇼크에 살아남은 중견 휴대폰 기업들이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국 내 중소 휴대폰 기업들은 협의체를 구성하거나 학계 및 연구기관 등의 도움을 얻어 특허 전문 인력을 공유하고 특허 풀(Pool)을 구성해 공동 대응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정보통신부 및 산업자원부 등 정부 차원에서의 도움도 요청하고 있다.

◆GSM 특허 공세 현황

이미 삼성전자·LG전자와 같은 대기업이 국내외 CDMA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중소 휴대폰 업체들은 GSM 휴대폰을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데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2000 년 이후 국내 중소 휴대폰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 휴대폰을 수출하면서 급성장했으나 2~3년 전부터 중국 현지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휴대폰을 생산하면서 경영 위기를 맞았다. 이미 상당수 기업들이 청산이나 부도, 법정관리, 매각 등의 절차를 밟고 있다.

이 에 국내 업체들은 미주 및 유럽으로 시장을 다변화하려 했으나 최근 GSM 원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현지 기업들이 막대한 로열티를 요구하고 있어 다시 한번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든지 최후의 경우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까지 직면하고 있다.

유럽 표준화 기구인 ETSI에 따르면 표준기반 GSM 특허는 노키아가 157건으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모토로라(61건)·에릭슨(59건)·필립스(27건)·지멘스(26건)·알카텔(톰슨, 21건) 등도 많은 특허를 소유하고 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최상호 실장은 "상위 6개 업체가 전체 GSM 표준 특허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휴대폰 관련 핵심 특허 90여건 중 상위 5개 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비중은 85% 정도"라고 설명했다.

차세대 3G(UMTS)의 경우에도 ETSI에 등록된 특허 964건 중 에릭슨·노키아·퀄컴·모토로라·필립스·지멘스 등 상위 6개 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건수가 87%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최근에 루슨트·에릭슨·모토로라·지멘스 등이 특히 한국 기업들에 파상적인 특허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한 기업당 매출의 1.5~2.5%의 특허료를 요구하고 있다. 4개 업체만 해도 8%가 넘는다는 얘기다.

특히 모토로라의 경우 과거 매출분에 대해 3.5%의 특허료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기업과 달리 국내 중견기업들은 특허 협상에 나설 수 있는 전문인력이 없을 뿐 아니라, 설사 협상에 나선다 해도 자체로 보유한 특허가 없기 때문에 크로스라이선싱 등의 협상카드도 부족한 실정이다.

해외 원천 특허 보유 기업들이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특허료를 지불할만한 여유가 없는 대다수 영세한 국내 중소 휴대폰 기업들이 부도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변재일 의원은 "국내 휴대폰 산업의 20~30%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 휴대폰 업체들이 몰락할 경우 그 파급효과는 대기업에까지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단기·중장기 대책 같이 마련해야"

이날 정책 세미나에서 관련 업계 및 전문가들은 현재 특허 공세에 맞설 수 있는 단기적 대책 마련과 함께 향후에 대비한 중장기적인 대비책도 함께 세워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우 선, 지금 벌어지고 있는 특허 분쟁에 대해서는 개별기업들이 대응하기 보다는 업계 공동의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최근 IT벤처기업연합회(KOIVA) 산하에 기술정보위원회를 통해 중소 휴대폰 기업들의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IITA)의 고충곤 IT지재권센터장은 "지금 당장의 불을 끄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조직과 특허 풀이 필요하다"며 "IITA와 TTA,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과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중소기업들도 자체 특허를 보유해 국제무대에서 '합법적'으로 사업을 벌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중견 휴대폰 기업들이 휴대폰 특허를 보유하기 위해서는 국책연구기관 및 대학 등에서 활용하지 않고 있는 휴대폰 및 주변 특허를 업계가 공유하거나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됐다.

한 휴대폰 업체 대표는 "현재 ETRI가 보유하고 있는 GSM 특허를 희망업체에 입찰방식으로 매각하고 있으나 이 경우 특정 업체의 경우만 혜택을 누리기 때문에 이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공동으로 지분을 투자해 특허를 관리하는 제3의 회사를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국내 기업들의 강점인 카메라, 디스플레이, MP3, MMS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에 관한 기술을 특허로 발굴해 해외 사업자와의 특허 분쟁 발생시 협상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이밖에 산·학·연이 공동으로 좋은 특허를 발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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