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December 24, 2005

인터넷정책, 혼돈의 극치...소비자들만 피해

정진호기자 jhjung@inews24.com
2005년 12월 23일

앞만 보고 너무 빨리 달려왔나?

인터넷 실명제, 저작권법개정안, 한글 키워드, 2단계 영문 도메인 개방 등 인터넷을 둘러싼 갈등이 속 시원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또 한해를 넘기게 됐다.

인터넷 산업과 IT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이에 걸 맞는 우리 사회의 합의와 제도 도입은 멀고 험난하기만 하다.

이미 세상의 절반이 되어 버린 사이버 대한민국은 전광석화처럼 진화하고 있는 데 이를 다스리는 총체적인 정책 입안과 공론의 장은 구태의연(舊態依然)하게 제자리만 겉돌고 있다.

앞을 향해 한치도 나아가지 못하는 이러한 혼돈과 논쟁 속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인터넷 업계에 종사자들조차 지난 수년 동안 인터넷을 둘러싼 갈등과 잡음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정리된 것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최근 2단계 영문 도메인 개방에 대한 공청회를 지켜본 업계 관계자는 "매년 똑 같은 분들이 나와서 똑 같은 얘기만 반복하는 이런 공청회를 수년 째 왜 하는지 도대체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일 반인들도 'abc.co.kr' 형태에서 'co'를 빼고 'abc.kr' 등록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2단계 영문 도메인 개방 논쟁은 현 한국인터넷진흥원(NIDA)이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 시절 때부터 3∼4년째 도입의 정당성을 놓고 찬반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이 와중에 2단계 개방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일반 시용자들은 그저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한 쇼핑몰 업체 대표는 "소비자의 절대 다수가 원하는 2단계 영문 도메인 개방이 이해관계에 얽힌 몇몇 인사들의 반대에 부딪혀 수년 째 정책이 실종되어 버렸다"며 "이는 일반 국민들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라며 자신을 21세기 천수답을 짓는 농부의 심정이라고 토로한다.

인터넷 주소자원의 경우 미래의 주소자원 고갈 문제 등을 고려해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니지만 3단계를 사용하던 일본(JP)과 중국(CN) 등이 이미 2000년 초반에 2단계 개방을 도입해 잘 운영해 오고 있는 사례에 비춰볼 때 논의만 하다 세월만 보내고 있다는 질책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인터넷 주소 창에 한글만 입력하면 해당 사이트로 접속시켜 주는 한글키워드 시장도 라이벌 관계인 두 민간 회사의 나눠먹기식 경쟁 속에 소비자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넷피아와 디지털네임즈라는 두 회사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ISP가 모두 제 각각인 이유로 한글 키워드를 인터넷 주소로 등록해 사용하고 있는 개인 사업자나 기업, 공공 기업, 네티즌들 모두가 낭패를 보고 있다.

특히, 이들 회사의 정책이 변할 때마다 사용자들은 우왕좌왕하기 일쑤다.

최 근엔 넷피아가 한글 키워드 유보어에 대한 정책을 통합연결로 변경한 것과 관련, 과거 수 천만원의 비용을 들여 특정 한글키워드를 선점한 등록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더구나, 그 동안 무료로 키워드 서비스를 제공하던 디지털네임즈마저 유료로 방향을 전환하자, 기업 및 공공기관은 이중으로 비용을 부담해야 할 형국이다.

소비자들도 접속한 ISP에 따라 어떤 때는 이쪽 사이트에 연결되고 또 어떤 때는 엉뚱한 사이트에 연결된다. 한마디로 뒤죽박죽이다.

결국 공공자원 성격이 강한 '한글'을 정부가 방치한 가운데 민간 기업들이 비즈니스를 하는 과정에서 불거져 나오는 혼란과 피해들을 결국 소비자가 인내하고,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실명제 문제 역시, 정부와 사업자간의 논쟁이 합의에 가까워지기는커녕 둘 사이의 골만 더 깊어지고 있다.

정 부 측은 사이버 공간상의 불법과 댓글 공해로 인한 피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입법화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고 포털 등 온라인서비스 사업자들은 실명확인을 의무화하라고 하면서 실명확인의 기준조차 명확히 제시해 주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주 민번호 실명확인은 이름과 주민번호가 일치되는 여부만을 놓고 판단하기 때문에 타인의 것을 도용할 경우 진정한 실명확인이 어렵다는 게 포털 업체들의 항변이다. 또 주민번호가 없는 외국인이나 해외 동포들의 경우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일부 대형 포털의 경우 퍼블리시티권 등 개념조차 정리하기 어려운 저작권 문제로 소송을 당한 건수만 기업당 평균 10∼20여건에 달할 정도로 기업적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삼 성이나 LG 등 대기업들이 해외 기업들과 기술발전을 다투는 특허권 소송을 벌이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터넷 기업들이 다른 사람의 창작물이나 초상권을 이용해 돈을 벌고 있다는 법적 소송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저작권법개정안을 놓고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가 부처간 이해와 시각을 달리하고 있는 것도 인터넷 업체들이 정부 정책을 불신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에 업계 종사자들은 지금의 인터넷을 둘러싼 환경은 혼돈 그 자체라며 일탈에 대한 엄격한 통제와 사회적 합의를 정립하기 위해서 범 국가적인 기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모 포털 업체 CEO는 "지난 수년 동안 인터넷상의 공간이 너무 빠르게 발전되어 온 반면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과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제도나 합의의 도입이 이를 따라 오지 못하고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인터넷이 진화, 발전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은 올 한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혼돈과 갈등이 2006년 병술년 새해에는 하나 둘씩 해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http://news.inews24.com/php/news_view.php?g_serial=184307&g_menu=020100&pay_news=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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