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October 18, 2005

이통사, "기계 손님 잡아라"

1천만대 신규시장 ‘엠투엠’ 고객 선점경쟁
기계에 감지장치 휴대전화로 데이터 보내

경기도 화성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김상식씨는 오늘도 눈을 뜨자마자 머리맡에 놓여진 휴대전화를 당겨 농장에 설치된 이동통신 단말기에서 보내온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간 밤에 기온이 떨어져 비닐하우스 온도가 떨어지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며 잠자리에 들었는데 다행히 습도와 온도 모두 괜찮단다.

농장의 기계를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시켜, 비닐하우스 안의 온도와 습도를 문자메시지로 알려주게 한 뒤부터 달라진 모습이다. 전에는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비닐하우스로 달려가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상이 있다는 통보가 오거나 할 일이 있을 때만 간다. 그는 오늘도 휴대전화를 챙겨 벼를 수확하러 바로 논으로 향했다.

이동통신 업체들이 김씨의 농장에 설치된 것과 같은 기계를 잠재 고객으로 지목해,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계끼리 데이터를 주고받는 용도로 사용된다고 ‘엠투엠’(머시인 투 머시인)이라고도 불리는 ‘기계 가입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요금까지 깎아주고 있다. 서비스에 가입하면 이동통신 업체들이 이동전화 기능을 갖춘 감지장치를 달아준다. 이 기계도 일반 이동전화와 똑같이 전화번호가 부여되고, 기본료와 데이터통신료가 부과된다.

에스케이텔레콤은 18일 앞으로는 기계 가입자 시장 공략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스케이 관계자는 “많게는 1천만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계 가입자 시장이 통채로 남아있다”며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술 개발과 영업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이 공개한 ‘엠투엠 사업전략 보고서’를 보면, 기계 가입자 시장은 다른 어떤 통신시장보다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 비닐하우스나 양돈·양계장 등의 제어장치, 주요 강이나 댐 곳곳에 설치돼 수위와 흐르는 속도를 측정해 홍수조절통제소로 통보하는 구실을 하는 각종 감지장치, 오폐수 배출시설이나 공장 굴뚝에 설치된 오염물질 측정장치, 건물의 침입탐지 장치 등이 모두 가입자가 될 수 있다. 각 가정이나 건물마다 설치된 전기·수도 계량기도 가입자로 끌어들일 수 있다. 이미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에스케이텔레콤의 기계 가입자는 8만9천, 케이티에프는 5만을 넘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기계 가입자는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해, 2008년쯤에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계 가입자에게는 요금을 싸게 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케이티에프(KTF)는 감귤농장의 저장고와 양돈·양계장에 설치된 기계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저장고나 축사의 온도나 습도를 측정해, 문자메시지를 통해 주인의 휴대전화로 알려주게 하는 서비스를 내세운다. 이 업체 관계자는 “효용성만 입증되면, 쉽게 1천만 이상의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서비스 모델 개발 및 요금인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재섭 정보통신전문기자 jskim@hani.co.kr

기사등록 : 2005-10-18 오후 06:31:10
기사수정 : 2005-10-18 오후 06: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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